2015년 11월 15일 일요일

2015년 11월 13일 파리

18명이였다가 45명이였다가 120명이였다가 127명이였다가 128명이였다가 129명이다.

사망자 숫자가 늘어날때마다 그 사람의 그 가족, 그 친구를 생각하면 세상이 그 만큼 슬퍼지고 부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129명, 그리고 부상자들이 느꼈을 그 고통, 그 마음이 생각이나 눈물이 난다.

나 또한 그 한 명이 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지금 이렇게 글쓰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면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 죄스럽기도하다.

친구에게 주위 식당에서 술집에서 총을 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나가거나 지하철을 타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몇 분째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한 마음에 창문만 바라봤다.

갑자기 사람들이 한 곳에서 우리쪽으로 달려오는 순간 술집에 있는 사람들 모두 순식간에 기둥 뒤, 화장실, 냉장고로 기어갔다. 잔들은 깨지고 바닥에 널부러 져서 엎드려있는 우리들의 살을 배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의 공포감은 그런 사소한 상처는 느끼지도 못 할 정도로 강력했다. 같이 냉장고 뒤에서 숨어있으면서 울음을 터뜨린 한 여자에게 친구는 "괜찮을꺼야.."라고 얘기했지만 정말로 괜찮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누군가 들어와서 그냥 총을 쏘면 이대로 끝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러면 그렇게 끝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몇 분 후 몇몇 사람들의 "괜찮아, 괜찮아" 하는 얘기를 듣고 우리 모두 사람들이 달려가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어딜로 가야지 피할 수 있는지도 모른체 마냥 뛰다가 친구들을 잃어버렸다. 거리에 키오스크 뒤에서 어떻게 할지 안절부절 못하다가 앞에 보이는 작은 길로 들어섰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몇 번 페달을 밟은 뒤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다시 자전거를 세우고 무작정 보이는 차들에 다가갔다.

손님을 태운 택시를 세우고 집에 좀 데려다 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택시기사는 이미 손님이 있다고 안된다고 했다. 그때까지 참던 울음을 터트리며 등을 돌리니 택시에 있던 손님들이 같이 타자고 하며 자리를 내주었다. 택시에 타고 한참을 울다가 택시기사 아저씨와 손님들의 위로로 마음을 추스리며 집에 도착했다.

오늘 아침에는 어제 저녁에 흩어진 친구가 전화와서 자기도 이렇게 무서웠던 경험은 생에 처음이라며 달리다가 잃어버려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제 프랑스는 나에게 어떤 나라, 파리는 어떤 도시로 남을까. 엠뷸란스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제발 살기를 죽을 힘을 다해 끝까지 살아주기를.

우리 모두의 세계가 부서졌지만 그렇다고 무너진건 아니다. 다시 서로 부추기며 두 발로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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