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4일 수요일
일요일 오후에
주말인데도 토요일에도 사무실에 나가고, 이른 시간에 미팅을 잡은 당사자가 한 시간이나 늦게오고, 여러가지 불평불만이 많았다. 일요일에 실컷 이 불평불만을 여기저기 늘어놓고 집에 걸어오는 길이었다.
고사리만한 손으로 한 손에 두 켤레씩 운동화를 들고, 어깨에는 끈으로 두 신을 연결하여 어깨에 두른 형제같아 보이는 두 아이가 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기껏해야 큰 아이가 초등학교 5-6학년쯤 되보였다.
그 두 아이를 보니 실컷 공부하고 실컷 놀고 이제 20대 중반이 되서 정당한 돈을 받고 일하는 내가 뭐 불평할게 있다고 그렇게 투덜됬는지 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게졌다.
일요일 오후 친구들과 한창 놀 시간에 두 형제가 그렇게 길을 다니면서 운동화를 팔고 있는 모습이, 걷다가 손가락에서 운동화가 미끄러지면 다시 주워서 다시 걷는 모습을 보니 내가 미안해졌다.
옆을 지나가는 나를 보고 니하오 시누와 한다. 다른 때 같았으면 '또야..' 하면서 기분이 나빠졌을텐데 이 아이들 앞에서는 내가 아시아 사람인게 조금 고맙게도 느껴진다. 그나마 내가 아시아인이라 이 두아이의 일상에 조금이라도 신기해할 일을 만들어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래도 나는 매일매일 불평하고 투덜되겠지만 하루의 끝에는 이 두 아이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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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차이나, 차이니즈, 쉬누아즈, 지겹죠 -_ㅠ
답글삭제ㅋㅋ언니 말도마세요ㅠㅠ 아프리카에 있는 아시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야할 관문인듯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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