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일 수요일

부니아의 생활이 어떻냐구?

사실 불평할게 없다. 집에 전기가 없다는 것 말고는.

전기가 없으니 생각보다 많은게 불편하다. 우선 냉장고가 작동이 안되니 음식을 보관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스통을 사서 가스를 채워 음식을 하거나, 석탄을 사서 오븐대신 사용한다. 냉장고보다 더 직접적인 불편한건 불이다. 저녁에 불이 안들어오니, 항상 손전등을 들고 다니고, 아니면 양초를 켜서 불을 밝힌다. 사실 콩고에 와서 양초를 본래의 목적대로(어둠을 밝히는 목적으로) 써본게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양초를 사용할 일이 없고, 사용하더라도 좋은 향을 내는 정도로만 사용하니까. 여기 콩고 적어도 부니아에서는 양초가 필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잠도 빨리 온다. 6시 반만 되면 사방이 어두컴컴하니 9시만 되도 예외없이 잠자리에 들게된다.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발전기를 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발전기에 드는 연료값이 꽤나 부담스럽고, 발전기 소리가 굉장히 크기때문에 되도록이면 키지 않게된다. 작년에는 3개월동안 부니아 전체에 전기가 안 들어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전기 공급을 하는 공장에 문제가 있어서 전기가 끊겼지만 나중에는 전기가 없어 연료장사가 잘되니 연료를 더 팔려는 마피아의 압력으로 일부러 전기를 끊었다는 얘기도 있다.

집에 전기와 인터넷이 없으니 사실 주말이 되면 정말 푹- 쉴 수 있는 반면에 도대체 뭘 할 수 있을지 몰라 벙찌게 되는게 사실이다. 사실 콩고 역사에 대한 원서와 시집을 몇 권 가져왔지만 30분만 지나면 덮어버리고 싶은게 사실이다. 누가 미리 말해줬더라면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Kindle이나 아이패드를 구해서 올 걸 후회가 된다. 물리적으로 많은 책을 가지고 올 수 없으니까 전자책이 안성맞춤인데.. 그리고 읽는 거보다 듣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디오북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아직 돈내도 오디오북을 사기엔 조금 부담스러워 팟케스트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즐겨듣는다.

저녁 8시에는 라디오 체크를 한다. 라디오 체크는 보안을 담당하는 기구, UNDSS에서 매일매일 무전기로 각 사람마다 call sign을 부르고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다. 라디오 체크가 끝나면 촛불을 앞에 두고 룸메이트인 파투와 하루 얘기를 조금하고 잠이 든다.

또 한가지는 저녁에 걸어다니지 못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낮에도 걸어다니기 위험한 킨샤사보다는 상황이 낫다. '니하오' 'Muzungu(European!)'하며 소리지르는 사름들을 별 신경쓰지 않는다면 걸어다니는데는 문제가 없다. 아직 걸어다니면서 헤꼬지를 당한 적은 없다. 하지만 저녁에는 걸어다니지 못한다. 아직 차가 없는나로서는 일이 끝나면 곧장 운전사가 집으로 데려다주기 때문에 정말 집-회사-집-회사 말고는 다른 생활이 없다. 어서 차가 생겨 일 말고도 취미활동이나 사교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 3개:

  1. 내가 쓴 줄 알았다는^^; 가나는 아프리카에서 전력 수급률이 월등하게 좋은 편인데도... 저저번주에는 일주일 내내 하루 거르지 않고 매일 전기가 나갔었어요. 어둠 속에서 하릴 없이 있는 기분도, 계속 하다보면 나쁘지 않아요. 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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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언니 동티모르는 콩고에 비해서 굉장히 나은 편이었구나... 나 언니가 이렇게 힘들게 사는 줄 모르고 맨날 불평불만만 늘어갔었는데 ㅠㅠ 언니... 화이팅!!! 경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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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주리가고생이많구나ㅜㅜ 스스로 반성하게끔하네... 화이팅해 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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