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7일 월요일

카우지-비에가 국립공원

룸메이트인 제인이과 집에서 영화를 자주 본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따로 할일이라고 없을 뿐더러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더더욱 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제인은 크리스마스 휴가동안 아일랜드에서 프로젝터를 가져왔는데 (그 큰 걸 콩고에서 영화를 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 프로젝터가 아주 톡톡히 제 일을 잘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가 올랐다는 '비룽가'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콩고 남키부주 고마에 위치한 비룽가 국립공원에 대한 다큐멘터리었는데 국립공원에서 석유를 체취하려는 영국의 석유회사와 그 지역의 반군인 M23, 국립공원의 이익을 둘러싼 흥미로운 다큐멘터리였다.



특히나 저 다큐멘터리가 배경으로 하는 곳이 여기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닿을 고마라는 점이 더 다큐멘터리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제인과 나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고릴라를 보면서 "우리 꼭 콩고뜨리전에 고릴라 보러가자."라는 다짐을 했다.

몇달이 지난 뒤, 그 다짐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워크샵으로 온 남키부주의 부카부에서 그들을 만나게 된것이다. 휴가로 르완다에 가있었던 제인은 고릴라를 보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현지버스를 타고 키갈리에서 부카부까지 6시간을 달려와 국경에서 실랑이 끝에 부카부에 도착했다.

워크샵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우리회사 동료들과 제인 이렇게 총 9명이 부카부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쯤 떨어진 카우지-비에가 (Kahuzi-Biega)국립공원을 찾았다.

국립공원에서 대여하는 차는 150달러, 5명정도 탑승할 수 있는 집차이고, 우리는 회사의 운전사를 통해 조금 싸게 차를 대여했다. 그날 아침 국경을 건너서 녹초가된 제인은 르완다에서 새로 산 배게를 배고 짧은 아침잠을 청했고, 나와 동료들은 고릴라를 본다는 생각에 어린이같이 농담을하며 실없이 웃으면서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아스팔트도로까지 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도로 보수가 안되서 차에 앉아 있어도 저절로 HOT의 캔디춤을 추게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국립공원 사무실은 생각했던 것 보다 제법 잘 유지되고 있었다. 깔끔한 건물의 사무실에 번듯이 국립공원 표지까지 걸려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개인정보를 적는 종이를 채우고 (종이가 모잘라다고 해서 두 명이서 한 종이를 채웠다... 눈물이..) 입장료를 지불했다. 외국인은 200달러, 현지인은 20달러. 외국인은 현지인보다 열배나 더 내야한다니 동료에게 '이거 너무 바가지 아니야?' 투덜대니 한마디 한다. '우리 고릴라잖아'. 그래 너희 고릴라지.

하지만 고릴라를 볼 수 있는 우간다와 르완다는 3-4배 정도 더 비싸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고릴라를 보시려면 모두 콩고로!

입장료를 내고 동료들끼리 우리 정말 고릴라를 볼 수 있는거야 하며 들떠 있던때에 우리에게 찬물을 끼엏는 소식이 전해왔다.

국립공원에는 총 12 가족의 고릴라가 사는데 그 중 현재는 두 가족만이 인간에게 익숙해서 관광객들이 다가갈 수 있다. 치마누카 가족과 무가루카 가족이 그 두 가족이다. 치마누카 가족은 총 27마리의 구성원으로 수컷인 치마누카와 암컷들과 아기고릴라 들로 구성되어 있고, 무가루카는 원래 가족을 이루어서 살았지만 4살때 숲에 있던 덫에 손목을 잘린 후에는 지금까지 암컷을 들이지 않고 홀로 살고있다.

문제는 오늘 총 관광객은 총 13명인데  한 가족을 볼 수 있는 인원이 총 8명인 것이다. 우리 모두 이왕이면 수컷, 암컷, 아기들을 다 볼수있는 치마루카 가족을 보고 싶었는데 (무가루카 미안해) 5명은 무가루카만 볼 수 있게 된것이다. 하루에 두번 왔다 갔다 할 수도 없는 상황이였다.

우리 모두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인지라 다음 기회란 없을 것 같고, 국립공원 관계자들과에게 설득 끝에 6명, 7명 그룹으로 나눠 첫 그룹 먼저 치마루카 가족을 보고 그들의 동태와 컨디션을 살핀후에 나머지 그룹이 보러 오기로 했다.

하지만 6월부터는 지금 인간과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세번째 가족이 관광객들에게 공개된다고 하니 6월부터는 8명 이상이와도 이런 문제는 없어질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한 후 잠깐의 브리핑을 받았다. 국립공원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방문시 주의해야할 점 등이였는데, 카메라 플레시는 끄고 사진촬영을 해야하고, 개미가 많이 때문에 양말은 바지위로 당겨 신고, 고릴라 앞에서는 아주 조용해야한 다는 것이였다.


국립공원에 사는 고릴라는 eastern low land 고릴라로 민주콩고에만 서식하고 있다. mountain 고릴라와는 다르게 한 가족에 수컷이 한 마리만 있고, 다른 종료의 고릴라보다 덩치가 크고 얼굴이 빈대떡같이 납작한게 특징이다. 그 큰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채식주의자이다. 대나무, 잎, 나무뿌리를 먹고 자란다.

이외에도 적도기니, 콩고(브라자빌),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에 서식하는 western lowland 고릴라, 민주콩고 화산지역, 우간다, 르완다에 서식하는 mountain 고릴라가 있다.

양말을 바지에 꼭꼭 집어넣고 숲속으로 향했다. 숲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고릴라가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달렸지만 우리는 한시간정도 걸었다.



고릴라 가족을 찾은 후에는 서로에게 질병을 옮기지 않기위해 마스크를 쓴다. 한 한시간을 걷고서 드디어 고릴라 가족과 만났다. 수컷은 치마루카는 사람 따윈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엎드려서 풀을 뜯고 있었고, 아기 고릴라들은 그 등에서 장난을 쳤다. 나무에 올라가다가 가지가 아기 고릴라의 무게에 못 이겨 부러지기도 하고, 암컷끼리 서로 이를 잡아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몸이 간지러운지 정말 사람같은 손(발인가?)으로 박박 긁기도 했다.











보통 가족을 리드하는 수컷이 인간에게 익숙해지면 다른 가족들도 별 적대감 없이 인간들은 대한다고 한다. 하지만 고릴라와의 7미터의 거리는 항상 유지해야 한다.

수컷인 치마루카가 몸을 일으키고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나서야 우리도 이제 여한이 없이 숲속을 떠났다.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방문이 끝난 후 카우지-비에가 국립공원의 사절단이 되어 달라고 우리에게 요청했다. 이렇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아직까지 국립공원은 콩고의 비자문제, 치안문제 등으로 콩고에서 일하는 유엔이나 엔지오 사람들 이외에는 관광객이 적다.



그리고 1996년에 내전동안 다섯 고릴라 가족이 죽었는데, 아기 고릴라를 식용으로 암시장이 팔기도하고, 반군들이 먹기도 하고 그래서 그랬다.

하지만 국립공원을 보존하려는 많은 노력으로 지금은 몇년이 걸리는 인간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쳐 세번째 가족까지 관광객들에게 공개가된다니 이제 카우지-비에가 국립공원과 고릴라가 빛을 볼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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