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 브리핑에 다녀온 후 장작 3주 동안 짐을 쌌다. 필요한 걸 이것저것 사다보니 생각보다 정말 돈을 많이 쓰게 됬다.
우선 막상 아프리카에서 입을 옷이 없었다. 한국에서 주머니가 바지를 넘는 그런 옷만 입으니 이런 옷을 가져갈 수도 없고.. 그래서 여름바지 구입! 또한 가서 네트워킹할 자리가 많아서 이쁜 옷도 가져가야 한데서 원피스도 구입 예정. 생각해보니 신발도 마땅한게 없어서 여름 샌들 구입. 우기라던데.. 장화도 구입. 가면 피부 많이 상한다던데 썬크림, 팩 외에도 다수의 화장품 구입. 가서 밥 해먹어야 되니까 밥통 구입. 한국음식 구입. 모기가 많다던데 모기장 구입. 비상약은 챙겨야지 약 구입. 자물쇠 구입.
이렇게 돈도 버는거 하나도 없으면서 정신 없이 물건을 사는 동안 이번 유엔봉사단으로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는 진아 언니와 이야기 하게 됬다. 진아언니는 에티오피아 코이카 사무소에 2년동안 근무하기도 한 웃음이 너-무 예쁘고 다정하고 유머러스하기 까지 한 언니이다. 요즘 짐 챙기느라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언니가 해준 말.
"나도 제작년에 에티갈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챙기느라 돈을 흥청망청 쓰고 하나라도 더 넣을 거 없나 생각하다보니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 주리의 비전이 어떤 건지는 얘기해보진 못했지만~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진것을 잘 나눠 다같이 잘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 일을 하고싶었는데, 내거 챙기느라 바쁜 내 모습이 되게 탐욕스럽게 느껴졌었어 그순간.. ㅋㅋㅋㅋㅋ 가서도 현지에서도 내가 할 게 없는 무능한 순간들도, 내가 얼마나 이들과 고통을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자신에 대한 시험과 시련이 끊임없이 찾아와서 그럴 때마다 아찔했었어~ ㅎㅎㅎ"
엄마 카드 탐내고, 어디 돈 들어올데 없나 항상 예의주시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가서 일해야 하니까, 아프리카는 처음이니까, 라는 이런 저런 핑계로 돈을 물 쓰듯 쓰고 있는 나를 합리화 해보려고 했지만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아차 싶었다. 한국에서의 나를 그대로 콩고에 가져가려는 생각만 하고 정작 내가 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원할 때의 열정이 모두 걱정으로 바뀐 지금. 사실 정말 걱정된다.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아프진 않을지, 위험하진 않을지, 한국과 연락을 어떻게 연락할지, 숙소에 인터넷은 될지..
가서 무엇을 얻어 올 수 있을지, 나의 능력이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더 성장할지. 이런 것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텐데. 아직 나는 그러기에 너무 겁이 많은가보다. 그래도 이런 반성을 할 수 있게 해준 진아 언니를 만나서 너무 감사하다!
부디 1년 뒤에는 내 인생, 남의 인생까지 같이 고민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주리가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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