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4일 금요일

잠 못드는 밤

눈을 붙였다가 '아 이거 챙겨야지.' 하며 메모한다. 다시 눈을 감았다 '아 이거 까먹을 뻔 했다.' 하며 다시 메모한다. 계속 잠을 자려고 해도 이렇게 계속되다가 새벽이 된다.

해외에 나갈 때 이렇게 꼼꼼히 챙겼던 적이 있나 싶다. 생각해 보면 내 생애 처음으로 혼자한 해외여행이였던 호주는 지낼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았다. 론리플래닛을 사고, 어느 도시를 여행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지도만 바라 보았다. 비행기가 호주에 도착할 때 쯤 말을 섞게 된 옆 승객이 "너 근데 어디서 지낼꺼야?"라고 묻자 비로소 '나 근데 어디서 지내지?'라는 질문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황당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나는 그 만큼 세상을 몰랐다.

이미지로만 가득차 있는 대륙. 그 낯설음이 설레면서도 나를 초조하게 한다. 이번에는 지낼 곳도 있고 공황에서 픽업해주는 사람이 있는 여정이지만 지금까지 다닌 어떤 여정보다도 떨리고 떨린다. 하나의 이미지인 그 곳을 얼마나 많은 얼굴과 표정과 이야기로 채울지... 잠이 올래야 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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