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0일 월요일

해모와 산책

출국 전 마지막으로 파주에 왔다. 파주는 나에게 노동의 장소이자 동시에 휴식의 장소이다. 오전 내내 청소가 끝나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도 되고 해모를 산책시킬 수도 있다. 저녁에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기러기떼를 볼 수 도 있어서 가끔 서울을 벗어나 한 숨 돌리기 좋은 공간이다.

요새 항상 급하게 와서 급하게 가느라 해모 산책을 못 시켜줬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해모와 산책을 나섰다. 내가 산책시키러 나간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문을 여는 순간부터 방방뛰기 시작한다.


 
 
혼자 산책할 때보다 해모와 산책하면 주위의 모습과 변화를 조금 더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다. 몇 발자국 걷고 냄세 맡고, 몇 발자국 걷고 똥싸고, 몇 발자국 걷고 오줌싸고 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산책하는 내내 봄이 오는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아직은 봄이 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해모는 사진 찍기를 싫어한다. 찰칵소리 때문인지 사진만 올리면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위에 사진은 산책가기 전 빨리 가자며 재촉의 눈빛을 보내는 해모와 까치 소리가 들려서 귀를 쫑긋 세우고 정신이 팔려있는 해모를 도촬했다.
 

 

헤이리 산책은 해질녘이 좋다. 사람과 차도 별로 없을 뿐더러 탁 트인 하늘이 장관을 이룬다.


산책하다보니 지금 헤이리는 제 2의 청계천을 만드려나 본지 야심차게 시냇가 공사를 하고 있다. 예쁘게 산책로가 생겨서 좋다는 마음보다 얼마나 사람들이 내려와서 쓰레기를 버릴지 걱정이 앞선다.


 
산책이 끝난 후 해모가 남긴 발자국. 어제 온 눈이 녹아서 흙이 질퍽하다. 해모는 집에 도착해 풀어주면 바로 집 앞 발코니로 간다. 맞은 편 해모 집 앞에서 묶으려고 부르면 첫 번째 두 번째는 안오다 세 번째 쯤 체념한 표정으로 자기 집으로 온다. 이 발자국은 해모의 체념의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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